한국 교회의 선교조직체 재편을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연합회장 강순기 목사가 최근 <재림마을> 특집방송을 통해 이와 관련한 배경과 방향성 그리고 기대효과 등을 설명했다.
<재림신문>은 ‘선교조직체 재편 – 강순기 연합회장에게 듣는다’ 특집방송에서 오간 인터뷰의 질의응답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지면에 옮긴다. – 편집자 주 –
Q. 조직체를 재편한다면 현재의 연합회와 합회의 역할 모델이 변화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후 각 조직체의 역할 변화는 어떻게 그리고 계십니까?
– 현재 한국연합회는 굉장히 거대한 규모입니다. 선교, 목회, 행정, 기관 법인을 총괄하는 정말 어마어마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합회가 같은 역할을 또 하고 있습니다. 이런 중복을 최대한 없애자는 게 이번 조직 재편의 취지입니다. 그러려면 연합회를 놔두고 합회를 완전히 줄이든지 혹은 합회를 놔두고 연합회를 완전히 줄여야 합니다.
합회의 메인 역할은 일선 교회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합회의 역할을 축소하면, 지역교회의 자생력을 해치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연합회에서 선교와 목회 지역교회와 관련된 기능을 송두리째 빼서 극소화된 규모의 연합회를 운영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조직 재편의 모형입니다.
그렇다면 합회는 어떤 모습으로 가는 게 좋을까요? 합회는 지역교회를 지원하고 지역교회 선교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만든 조직체입니다. 따라서 지역과 아주 긴밀하게 연관돼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 있는 합회의 모습을 보면 그래 보이지 않습니다.
동중한합회는 서울, 경기, 강원이라는 전혀 다른 선교적 특성을 가진 지역을 총망라한 광역 단위 규모입니다. 서중한합회도 서울, 경기, 강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머지 세 합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는 광역을 분산화하고 지방을 분권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 큰 광역을 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관리하고 지도해야 할 그리고 지원해야 할 교회와 목회자 수가 많아집니다. 그에 따른 문제도 계속 발생합니다.
합회가 지역교회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려면 어떤 모습으로 가면 좋을까요? 동질 성향의 선교 구역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입니다. 광역 단위가 아닌 작은 단위 합회들로 모이면 지금처럼 합회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임원이나 부장이 필요 없습니다. 작은 지역에서 일하면서 교회 목사로 봉사하고, 합회 업무를 겸직한다면 문제가 해결되겠죠. 그러면 지역 선교에 좀 더 적극적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모습으로의 변화를 추구합니다.
많은 분이 오해하는 게 있습니다. 인력이나 재정을 현재의 한국연합회 규모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이런 연합회를 세 개나 만든다고?’ 하면서 놀랍니다. 아닙니다! 이는 우리가 추진하는 변화와 완전히 반대 개념입니다. 극소화된 연합회를 만들어 행정과 법인을 관리하고, 선교와 목회는 지역에 기반을 둔 작은 합회가 담당하는 것. 그리고 그 작은 단위의 여러 합회를 통해 지역의 필요를 채우는 게 바로 우리가 바라는 변화의 청사진입니다.
Q. 그렇다면 일선 교회와 목회자들의 변화는 어떻게 될까요.
– 세계적으로 합회를 구성하는 평균 인원수가 몇 명인 줄 아세요? 일반적인 데이터를 살펴보면 합회는 약 30명 내외의 단위로 구성됩니다. 그 이유는 ‘동질성’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합회는 교회를 지원하게 돼 있습니다. 해당 지역의 교회 상황을 잘 아는 최선의 조직체가 합회여야 합니다. 절대 광역화하지 않죠. 그게 바로 세계 교회가 따르고 있는 우리 조직체에 대한 이해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요? 목회자가 가장 많은 곳은 230명이 넘습니다. 가장 적은 합회마저 80명 규모입니다. 그렇다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교회의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논의하는 조직체 재편의 핵심은 단순히 연합회를 몇 개로 분리하고, 연합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합회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있지 않습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일선 지역교회의 자생력을 높이고 교회가 선교역량을 다시 회복하는 데 있습니다. 만약 조직체 재편이 연합회를 몇 개로 나누느냐로 끝난다면 추진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교회는 죽어가는데 연합회나 합회를 몇 개 만드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조직체 재편의 가장 우선순위는 ‘지역교회를 어떻게 하면 살려낼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연합회를 과감히 축소하고, 합회를 지역 중심의 선교조직체로 만든다면 지역교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바로 철저하게 ‘사명 집단’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다른 개신교회와 다릅니다. 우리는 완전히 다른 정체성을 가진 집단입니다. 사명 집단이 돼야 합니다. 2022년 기준 한국에는 804개의 재림교회가 있습니다. 그 교회들이 모두 하나님께서 부르신 사명 집단으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을까요?
그동안 교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정량적 수치로 평가하는 측면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교회의 본질, 즉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가 얼마나 되느냐를 체크해야 합니다. 교회는 분명 사명 집단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만약 교회가 그 사명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교회로서의 역할이나 순기능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교회는 사명을 잘 감당하는 교회와 연합해 마지막 시대, 우리가 외쳐야 할 사명을 감당하든지, 아니면 감당할 수 있는 체제로의 변화를 꾀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것이 지역교회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그림입니다.
‘내가 예배드리기 편하기 때문에’ ‘나와 아는 사람이 잘 있기 때문에’ ‘집에서 멀지 않으니까’ 이런 이유가 교회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지역교회는 철저하게 ‘우리가 과연 사명 집단인가’ 살펴야 합니다. 만약 사명 집단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 교회는 과감히 문을 닫아야 합니다.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로의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목회자들에 대한 변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교회의 문제는 결국 목회자의 문제라고 이해하는 분들도 많고, 목회자의 소명 부족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그에 대한 분석 없이 무조건 목회자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어떤 조직체든 그 조직체의 리더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만약 목회자 그룹에 문제가 있다면, 당사자의 문제일 뿐 아니라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의 지도자 혹은 그 조직의 시스템 문제가 아닐까요? 지금 우리가 운영하는 시스템 때문에 그런 문제가 도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광역에서 오는 문제일 수 있어 보입니다.
이제 철저하게 지역에 기반을 둔 그리고 ‘내 지역에서 목회하겠다는’ ‘내 선교 현장에서’ ‘내 목회의 생명을 걸겠다는’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은 광역 구조이기 때문에 (특성이)전혀 다른 지역으로 인사이동 합니다. 자율성이 없고, 피동적으로 움직여 갑니다. 그러나 그런 변화가 생기면 목회자들의 자율성이 생겨날 거라고 믿습니다. 선교에 대한 문제를 연구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며 해당 지역이 안고 있는 선교적 해결과제를 풀어가는 주체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그리는 연합회, 합회, 지역교회 그리고 목회자들의 변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